이제 곧 아버지의 날이 돌아온다. 영국에서는 6월의 세 번째 일요일은 아빠들을 위한 날이다. 이날만 되면 공원이나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많은 가족들을 볼 수 있는데 테이블에 앉아있는 가족들을 보면 연령대도 다양하다. 할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작은 아이들이 한 테이블에 모여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특히나 독립한 자녀들은 경우에 따라 조금은 다르겠지만 자신의 부모들을 특별한 날이 아니면 찾아뵙지 않는 경우가 많다. 부모님의 생일이나 크리스마스와 같은 특별한 날에만 방문하는 일이 많은데 아버지의 날도 그 특별한 날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아버지의 날이 있으니 당연히 어머니의 날도 있는데 어머니의 날은 아버지의 날과 사뭇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 작거나 크거나 상관없이 슈퍼마켓이나 일반 꽃집 어디에서나 그전 보다 더 많은 여러 종류의 화려하면서도 아기자기한 꽃들을 팔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손에 꽃을 들고 거리를 바삐 걸어가는 젊은이들을 흔히 볼 수 있는 날이기도 하다. 어머니의 날의 선물로 꽃을 준비하는 자녀들이 많은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에서 어버이날에 카네이션을 드리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하지만 아버지의 날은 조금 다르다. 아버지의 날에는 꽃이 아니라 펍에 가서 점심 겸 술 한잔 같이 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도 아빠에게 꽃선물은 좀 그런가 보다.
자녀들이 어린 경우에는 한쪽의 부모가 그날을 축하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는데 아이들에게 아빠의 선물을 사도록 용돈을 주기도 하고 기념 카드를 사도록 하기도 한다. 아버지의 날이 오면 한쪽의 부모가 자녀들과 함께 아빠를 위해 특별한 아침 식사를 준비해 방으로 가져가 침대에서 식사를 하도록 해주거나 조용히 자신만의 시간을 갖도록 배려를 하기도 하고 늦게까지 자도록 깨우지 않는 등의 여러 모로 신경을 써준다. 이날만큼은 부(父)의 무게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 자신만의 시간을 갖도록 해주는 것이다. 아빠만의 자유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엄마는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터에 가기도 하고 같이 공원으로 나들이를 가기도 하고 외식을 하기도 한다.
그럼 왜 굳이 아빠를 위한 특별한 날을 만들었을까? 언제 아버지의 날이 시작되었을까? 유래를 찾아보니 공식적으로 가장 먼저 시행한 나라는 미국이다. 남북 전쟁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가 출산 중 죽은 어머니를 대신에 6명의 자녀를 홀로 키웠는데 그중의 딸인 소노라 스마트 도드가 아버지에게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시작한 감사의 날로부터 시작되었다. 이아이디어는 1910년도부터 시작되었지만 국가적 공식일로 정해진 해는 1972년도이다.
이렇게 시작된 어버이날이 영국으로 건너와 여기에서도 기념하는 날이 되었다. 많은 나라에서 아버지의 날, 어머니의 날을 기념하는데 자기 자신을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에게 감사하는 맘을 전하고 싶어 하는 것은 어디에서나 같은 것 같다.
영국이 우리나라와 좀 다른 것이 있다면 한국은 5월이 되면 많은 이들에게 감사하는 날이 많은데 5월 5일은 어린이날 5월 8일은 어버이날,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 있다. 하지만 영국은 따로 어린이날이나 스승의 날이 없다. 또 우리나라는 같은 날 부모님에게 감사하는 어버이날이 있지만 영국에서는 어머니의 날은 정확히 부활절로부터 3주 전의 일요일에 기념하고 아버지의 날은 6월의 3번째 일요일에 기념한다.
어머니의 날, 아버지의 날이 왔을 때 내가 가장 좋아하고 받고 싶은 것은 어린아이들이 엄마, 아빠를 위해 만든 카드이다. 오목조목한 손으로 만든 카드를 해년마다 모와 왔는데 완벽하거나 예쁘지는 않지만 아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알록달록한 색종이로 붙어 만든 카드는 너무나 맘을 따뜻하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정성 가득한 사랑스러운 카드를 받을 수 있는 날은 아마도 자녀들이 사춘기가 오기 전일 뿐이고 아마도 그다음은 문구점에서 파는 카드로 대체되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이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는 뭔가를 기념할 수 있는 특별한 날들이 있다는 것은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이날을 기다리면서 특별한 계획을 꾸미는 가슴 떨리는 시간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일 것이다.
추가
이런 특별한 날에 대해 아이의 아빠와 이야기를 하던 중 자연스레 영국에 없는 우리나라의 어린이날을 자랑하고 싶어졌다.
‘한국에서는 따로 어린이날이 있어 특별히 어린이들을 위해 놀이동산에 가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가거나 여러 이벤트에 아이들을 데리고 간다.’
그런데 아이아빠가 기가 막히게 답을 해서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왜 어린이날이 있어야 해? 매일매일이 아이들에게는 어린이날이여야지.’
하아..